yes중앙일보•2026. 4. 19. PM 3:16
[특파원 칼럼] 대만해협이 ‘격리’된다면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적의 봉쇄를 깨는 법, 적의 봉쇄를 봉쇄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역봉쇄했을 때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추가된‘트럼프 병법’이다. 『손자병법』의 “전쟁은 속임수(兵者 詭道也)”와 “지피지기(知彼知己)”를 넘어선 “내가 나를 모른다면 적이 어찌 알 수있겠나(我不自知 敵將焉知)”도 나왔다. 중국은 트럼프의 광인전략까지 병법으로 연구한다.봉쇄가 현실이 되자, 지난 2024년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제기했던 격리(quarantine) 시나리오가 재조명받는다. 대만이강제로 팬데믹 당시 밀접 접촉자 신세가 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중국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요충로를 군사적으로 봉쇄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격리하는 경우다. 봉쇄는 국제법상 전쟁행위다. 군함을 동원해 모든 해상 교통을 차단한다. 격리는 다르다. 자국의 법 집행이다. 집행할 중국의해경선은 150척이 넘는다.방법도 간단하다. “모든 선박은 대만 항구로 가기 전에 중국 항구에 기항하거나 중국 당국에 등록해야 한다”고 선언하면 된다. 불응하는 선박이나기업은 중국 시장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제재 조항만 보태면 된다. 리허설도 마쳤다.남중국해 분쟁지역을 순찰하는 중국 해경함정의 항공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현실이 된다면 세계는 고민에 빠진다. 먼저 선장. 선박과 화물, 자신의 신변 안위를 놓고 위험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보험료도 급등한다.중국은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없으며, 대만은 버틸 수 없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노린다. 해협의 톨게이트는 운용의 묘를 발휘한다. 분열을 조장하며세계를 요리한다.미국의 대응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무시다. 다만 중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빌미를 줄 수 있다. 둘째 해군을 동원해 상선을호위한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보듯 쉽지 않은 군사작전이다. 셋째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다. 이 경우 대만산 반도체 공황과 미·중 디커플링이뒤따른다. 세계 경제에 재앙이다.러시 도시 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은 최근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사전대비를 건의했다. 중국에 경제적 억제 수단을 마련하고,보험 시장을 사전에 단속하며, 대만은 에너지·식량 등 전략 비축을 확대하고, 미국은 동맹국과 우발상황 협의를 시작하며, 인도·태평양사령부의전력은 현 수준을 유지하라 등이다.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태로운 요즘이다. 대만해협은 한국 무역 물동량의 42.7%가 지나는 요충이다. 시나리오로 끝나야하겠지만, 투자자도 기업도 국가도 위기 플레이북을 챙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