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동아일보•2026. 4. 20. PM 2:16
북한 인민이 굶어죽고 있다[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지난달 11일 딸 주애를 데리고 무기 공장에 찾아간 김정은이 새로 만든 저격총을 들고 조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날 그는 딸과 권총 사격도함께 했다. 노동신문 뉴스1전 세계에서 북한만큼 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가혹하게 맞은 국가는 없을 것이다.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가장 가난한 사람들부터 생계 위기를 겪듯이, 나라도 마찬가지다. 충격에 견딜 내구력이 없는 가난한 나라들부터 국가파산 위기에 몰린다.이란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고물가로 아우성친다. 하지만 북한에선 아우성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김정은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외부로 흘러 나갈까 봐 내부를 꽁꽁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북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4월 중순 쌀과 휘발유 1kg 가격은 각각 북한 돈 3만 원과 7만6000원이 넘었다. 이는 석 달 전에 비해두 배 넘게 오른 가격이다.2년 전 4월에는 쌀 1kg이 5500원, 휘발유는 1만3000원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2년 동안 물가가 정신없이 올랐는데, 이란 전쟁 때문에물가의 고삐가 완전히 풀린 양상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조차 알 수 없다. 한국에서 2년 전에 L당 1500원이던 휘발유 값이9000원으로 올랐다고 상상하면 북한의 미친 물가 상승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이 정도로 무섭게물가가 오르진 않았다.이미 북한에선 작년 겨울부터 굶어 죽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작년 말에 연초 대비 쌀값이 두 배나 올랐는데, 가계 수입은 그에 맞춰 따라가지못하니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굶어 죽는 와중에 다시 식량 값이 석 달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곳곳에서 아사자들이 나올 것이 뻔한데, 탈북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 내부 소식이 외부에 새어 나오지도 못한다. 얼마나 많은사람들이 굶어 죽는지는 북한 당국도 모를 것이다. 처벌이 두려워 간부들이 굶어 죽은 사람들을 병에 걸려 죽었다고 거짓 보고할 것이 뻔하기때문이다. 그러니 김정은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과거의 사례로 봤을 때 평북과 자강도 군수공업 지역에서 제일 먼저 아사자들이 나올 것이고, 영양실조 군인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북한에 이번 위기가 진짜 위험한 이유는 내구력이 전혀 없는 상태인 데다,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내구력은 4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봉쇄로 이미 소진됐다. 3년 치를 쌓아두던 군량미를 다 털어먹은 것이 대표적이다.미래 역시 암담하다. 연료 가격 상승으로 농기계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으니 올해 농사는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농기계보다 더 문제인 것은 비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전 세계 비료 교역량의 3분의 1이 지나가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중국이 비료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에서 비료를 수입하지 못하면 북한은 대책이 없다. 북한의 1년 비료 소요량은 150만 t인데,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양은3분의 1에 불과하다. 농번기가 닥쳐왔는데 비료가 없으면 1년 내내 식량난을 극복할 수 없다. 연료 값이 비싸 차가 다니지 못하면 물류 이동이위축돼 지역별 가격 편차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김정은은 너무나 태평하다. 아니, 오히려 김정은의 정책은 인민을 굶겨 죽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시장 폐쇄 움직임이다. 장마당을 풀어줘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연말까지 개인 영업을 막고,카드 결제를 의무화해 개인 재산을 국가가 파악하겠다고 한다. 해방 후 지주, 자본가들의 재산을 뺏어 먹더니, 이젠 뺏을 대상이 없어서 자기들끼리뺏어 먹고 사는 것이다. 잔디를 심어라, 묘지를 파서 화장하라는 식의 황당한 지시도 계속 하달된다.1990년대 중반엔 굶어 죽을 바엔 중국이라도 갔지만, 지금은 국경에 지뢰까지 매설해 앉은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강제로 내리먹이는김정은주의를 학습하다가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거대한 ‘나치 수용소’가 됐다.이런 위기 속에서도 김정은은 13세의 어린 딸을 데리고 다니며 미사일이나 대포 등 뭘 쏘는 것에만 집착하는 ‘발사 광인’으로 살고 있다. 남쪽에손을 내밀어도 모자랄 판에 여동생과 함께 한국 대통령을 조롱하면서 낄낄대고 있다.언젠가는 김정은 정권이 망하겠지만, 2026년의 김정은의 행태는 더욱 눈을 부릅뜨고 주시해야 한다.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 와중에 지도자란 인간이어떤 짓을 하며 살았는지 역사에 똑똑히 기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