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중앙일보•2026. 4. 20. PM 3:18
정치인이 '재판관' 행세하는 난세 [장세정의 시시각각]
장세정 논설위원민주당이 주도하는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를 보면 상식에 맞지 않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국조특위대상 사건 중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관여 뇌물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징역 7년8개월)이 났고, 김용 전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장동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수수 혐의로 1, 2심에서 모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위헌 논란 와중에 국조특위 강행서영교, 방용철 증언 압박 자충수국회의 수사·재판 개입 자제해야국조특위는 입법부가 사법부의 재판에 개입하는 모양새여서 헌법상 삼권분립에 어긋나고, 진행 중인 재판에 개입을 금지한 국정조사법 제8조에 정면으로위배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물론 민주당은 국가권력의 잘못을 추궁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임무고, 진행 중인 재판이라도 의정 자료 수집목적의 국정조사는 가능하다고 반박한다.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용 전 민주원구원 부원장,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뉴스1위헌·위법 논란과는 별개로 지금의 국조특위는 두고두고 국회의 흑역사로 기록될 여지가 다분하다. '검찰 개혁'과 '사법 3법'을 강행한 추미애법제사법위원장의 빈자리를 채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조특위위원장까지 맡더니 마치 '재판장 완장'을 찬 것처럼 증인을 죄인 다루듯 호통치며좌충우돌하고 있다. 예컨대 서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대북송금 사건을 검찰의 조작기소라 단언하면서 지난 16일 증인으로 출석한 방용철전 쌍방울 부회장의 자백을 압박하는 질의 도중에 자충수 상황을 연출했다.서 위원장이 "(2019년 7월에 북한의 대남공작원) 이호남이 필리핀에 왔느냐"고 묻자 방 전 부회장은 대북송금 재판에서 했던 법정 증언대로"이호남이 필리핀에 왔다"고 진술했다. 놀란 표정의 서 위원장이 "위증하면 처벌받는다"고 몇 차례 으름장을 놨지만, 방 전 부회장은 ^필리핀에서이호남 얼굴을 직접 봤고 ^당시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70만 달러를 방북 대가로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방용철 증인 채택이 조작기소주장에 오히려 악재가 된 셈이다.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발언하는 추미애 의원과 서영교 민주당 의원(현 국조특위위원장). 연합뉴스앞서 지난 3일 이종석 국정원장은 국조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해 "(검찰 공소장에 적시한) 2019년 7월에 이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는 증거가 거의확실하다"고 진술했다. 이호남이 필리핀에 나타나지 않았으니 북측에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하지만 검찰 기소 및 대법원 판결과 다른 이원장의 발언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방용철의 증언이 이번 국조특위에서 나왔으니 이 원장이 재반박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이 원장은 2016년 성남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으로서 당시 시장이던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첫 국정원장으로 발탁됐다. 만약 이 원장이 나서기어렵다면 검사 출신으로 경기도 감사관을 지냈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김희수 국정원 기조실장이 해명하는 것도 방법이겠다.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1월 28일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종석 국정원장. [사진 대통령실]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이던 이원석 전 총장은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수사 경위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대북송금 사건과 대장동수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돼 (윤석열 정부로) 넘어온 잔여 사건이었지 새로운 수사가 아니다”면서 "정당한 수사였다"고 강조했다. 만약 서위원장이 대북송금 사건은 검찰의 조작기소였고, 유죄 판결은 대법원의 오판이라 확신한다면 방용철과 이종석을 한자리에 불러 대질신문을 해보면어떨까. 어느 쪽이든 위증이라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하고, 법정에서 진실을 따지면 될 문제다.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가 "떳떳함을 밝히겠다"면서 국조특위 와중에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는 세상은 아무래도 비정상이다. 지난해 11월 부임 이후검찰 해체 와중에도 침묵하던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은 "국정조사를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가 검찰과 법원의 독립성을거리낌없이 무시하는 난세에 이원석 전 총장의 호소를 곱씹어 본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 (정치권은) 사법의 일은 제발사법에 맡겨 달라."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국회 국조특위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