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중앙일보2026. 4. 20. PM 3:26

[사설] 북한 도발 엄중 시기에 동맹 불신 부른 통일부 장관

북한의 대남 무력 도발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발사한 ‘화성포-11라’형 전술탄도미사일은 집속탄과 파편지뢰 탄두를 장착해 단 한발로 축구장 18개 면적을 초토화하는 살상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올해 총 7차례, 올들어서만 4차례 핵 탑재 가능 미사일을 쏘며 위협 수위를높이고 있다. 사거리 140㎞에 광범위한 타격력을 갖춘 재래식 무기체계까지 연달아 실험하는 것은 북한의 수도권을 겨냥한 ‘맞춤형 살상’ 의지를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이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위성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는 등 한·미 정보 공유 체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일이다. 더구나 그 계기가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북핵 관련 기밀 정보를 공개적으로 발언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없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문제가 된 구성(평안북도) 핵 시설 관련 정보가 미국 측으로부터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출처가 중요한 건아니다. 아직 공표되지 않은 미공개 정보를 먼저 말한 것은 상대방에게 우리가 이만큼 알고 있다고 정보 역량을 스스로 노출시킨 결과가 된다.정보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 장관은 어제 “정책 설명을 정보 유출로 몰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으나 굳이 구성 핵 시설에 관한 언급을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정책 설명을 할 수 있었다.미국 측이 이번 사태에 특히 민감한 것은 그간의 정 장관 언행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장관은 그동안 비무장지대(DMZ) 출입통제권 회수와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을 주장하며 미국 측과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불신이 쌓였을 가능성이 크다.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건 동맹 간에불신이 증폭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문제는 이러한 균열이 실질적인 안보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중동 사태 등으로 미국의 한반도 방어 자산 일부가 이동 배치된 마당에 정보공유마저 축소되면 대북 감시태세 약화는 피할 수 없다. 북한은 바로 이런 틈새를 노려 더욱 과감하고 영리하게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정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남북 대화론자이자 평화주의자다. 하지만 남북 화해와 평화를 중시할수록 언행에 각별히 유념해 우리 안보의 최후 보루인동맹에 손상이 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