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조선일보•2026. 5. 11. PM 3:58
피격 일주일 지난 뒤… 靑 “강력 규탄”
“이란이 관련 있는지는 미지의 영역” 공격 주체 특정 안해美·해운사 ‘피격’ 말했지만, 정부는 그동안 “화재” 언급만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청와대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당한 HMM 나무호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 정박 중 피격된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의 다목적 운반선 ‘나무(NAMU)호’와 관련해 11일 “민간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2차례 타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해운업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HMM은 피격 당일인 지난 4일 해양수산부에 “외부 충격에 의한 기관실 좌측 화재 발생”이라고 나무호 상황을알렸다. 해수부가 정부 내에 공유한 최초 보고도 “국적 화물선 피격 추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란이 쐈다”고 했다. 그럼에도외교부는 나무호에서 “폭발·화재가 발생했다”, 청와대는 “선박 화재”가 있었다며 “조사해 봐야 한다”고만 하다가 결국 뒤늦게 피격을 인정한것이다.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초기에 외부 충격 보고가 있었지만 “피격설을 부인하는 다른 주장들도 있어서 피격이냐 아니냐 판단은 유보하는게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판단으로 ‘화재’라고만 표현했다는 취지다. 피격으로 나무호 선미에는 폭 약 5m의 파공(破孔)이 생겼지만청와대는 “(당초) 파공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지를 못했다”고도 했다.피격 일주일 만에 규탄 입장을 밝히면서도, 청와대는 “공격 주체를 특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관련이 있는지는지금 현재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여러 나라 가능성을 놓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 소행인지 밝혀지면 어떤 수위로 대응할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어떤 예단을 갖거나 미리 단정해서 어떤 조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사태 초기부터 피격 정황이 있었지만 정부가 미국·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모호성을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격을 인정하면 미국의호르무즈 파병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고, 이란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모든 정황이 ‘피격’ 가리켰지만, 정부는 계속 “조사 필요”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앞바다에 정박 중 피격당한 지난 4일, 이란은 지난달 미국과의 휴전 이후 처음 UAE에 대한 드론과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같은 날 중국 기업 소유 유조선도 UAE의 미나 사크르 인근 해역에서 피격당해 갑판에 화재가 발생했다.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7일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들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을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을 받고 “긴장을고조시키는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민간인과 비군사 목표물은 보호돼야 한다”고 했다. 8일에는 “공격을 받은 관련 선박”에 “중국 국적선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며 보다 직접적으로 피격 사실을 인정했다.두바이항에 예인된 나무호 호르무즈 해협 정박 중 피격당한 뒤 아랍에미리트(UAE)로 예인된 한국 최대 해운사 HMM의 ‘나무호’가 지난8일(현지 시각) 두바이항의 수리 조선소에 입항해 있다. 정부 조사단이 예인된 나무호를 조사해 ‘외부 공격’ 사실을 확인했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1일 “공격 주체를 특정하고 있지는 않고, 특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우리 정부는 피격 일주일 후인 11일에야 규탄 메시지를 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도 “신중하게 조금 더 파악할 게 남아서 그것을 판단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공격 주체에 대해) 어떤 예단을 갖거나 미리 단정해 어떤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고했다. 외교적 파장을 우려한 ‘전략적 모호성’ 유지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신중론이란 지적도 나온다.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이미 피격 사실을 인정하고 완곡하게나마 이란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며 사안을 정리했다”며 “나무호가 두바이로예인된 8일쯤에는 육안으로도 피격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정부 발표에 늦은 감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피격 당일인 4일 나무호 선원들은 “쾅” 하는 폭발음을 들었다고 한다. HMM 측도 해수부에 ‘외부 충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도널드트럼프 미 대통령은 즉각 이란의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그럼에도 청와대는 피격 당일과 이튿날 나무호 상황을 ‘선박 화재’로 표현했고, 사흘째인 6일에도 “피격이 그렇게 확실치는 않다”고 했다.나무호가 두바이로 예인돼 물에 잠긴 파손 부위를 볼 수 있게 된 8~9일에도 정부는 피격 가능성 관련 입장을 내지 않았다. 피격 초기정부·여권의 일부 인사는 비공개 석상에서 “선박 화재보다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더 많기 때문에 선사가 외부 충격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고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배 안에서 피격이라 생각하신 분도 계신데 선박 외부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만약에 틀린 판단을 하게 될경우에 후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피격 판단을 유보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누구도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했는지 석연하게 설명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나무호 선미 쪽 보안카메라(CCTV) 영상에는 날아드는비행체가 촬영됐지만 청와대는 “우리가 그것을 파악한 것은 조금 늦은 타이밍이었다”고 했다. 독립기구인 해양안전심판원이 나무호 CCTV 영상을판독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미국·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정부가 피격 발표를 서두를 수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에 의한 피격을 인정하면 트럼프 대통령의호르무즈 파병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고, 과거 상당한 규모의 교역을 했던 이란과의 미래 관계도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내에 남아 있는 우리 선박 26척의 안전에도 이란의 협조가 필요할 수 있다. 박현도 서강대 교수는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특정하는 순간 미국의파병 압박이 거세질 텐데 미국의 전쟁에 굳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란 전쟁이 종착지를 향해 가는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구체적인 액션을 하기에는 난처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나무호 피격으로 미국의 다국적 안보 연합체 결성 제안인 ‘해양 자유 구상’에 더 진전된 입장을 갖게 됐는가’란질문에 “직접 연결시킬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협 안정과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 노력에는 다 필요한 협력을 하려는입장”이지만, 바로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